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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ia Hamilton Reinhardt (실비아 해밀턴 라인하르트)와 어린왕자
생텍쥐페리(1900년생)보다 약 10세 정도 어린 30대 초반이었다.
뉴욕의 지적인 상류층 여성이었으며, 독일 출신의 영화 및 연극 연출가인 고트프리트 라인하르트(Gottfried Reinhardt)와 결혼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별거 중이거나 부부 관계가 소원하여 생텍쥐페리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금발에 키가 크고 늘씬한 체형이었으며, 매우 세련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작가는 그녀를 "부드럽고 안정적인 빛을 내는 여성"으로 묘사하곤 했다. 콘수엘로가 화려한 원색의 열대 꽃 같았다면, 실비아는 고요한 밤의 별빛 같은 분위기였다.
매우 지적이고 경청하는 스타일이었다. 영어가 서툴러 뉴욕에서 고립감을 느끼던 생텍쥐페리에게 그녀는 최고의 대화 상대이자 안식처였다.'여우'와 관련성
생텍쥐페리는 콘수엘로와 크게 싸우고 나면 실비아의 아파트로 도망쳐 그곳에서 원고를 썼다.
학계에서는 실비아가 소설 속 '여우'의 모델이라는 설이 매우 유력하다. 여우는 왕자에게 "길들임"의 책임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실을 가르쳐준다. 현실에서 실비아는 작가가 콘수엘로와의 고통스러운 사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본질(책임)을 깨닫도록 도와준 조언자였다.
생텍쥐페리는 실비아에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고민과 고독을 털어놓았다. 실비아는 작가가 죽음(비행)으로 떠나기 전, 그의 진심을 마지막으로 들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어린 왕자』 원고
1943년 4월,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떠나기 직전 생텍쥐페리는 실비아를 찾아가 봉투 하나를 건넨다. "나에 대해 기억할 만한 아주 멋진 것을 주고 싶지만, 이것밖에 없소."
그 안에는 『어린 왕자』의 친필 원고, 직접 그린 삽화들, 그리고 지우개 가루와 커피 얼룩이 묻은 타자기 초고가 들어있었다.
실비아는 이 원고를 소중히 보관하다가 1968년 뉴욕 모건 도서관(Morgan Library)에 기증했다. 우리가 오늘날 어린 왕자의 원본을 볼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녀 덕분이다.